Monday, July 2, 2007

괴물.



라디오키즈님의 블로그

정말 멋진 장면은, 현서를 구하기 위해 가족의 세 남자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총을 잡는 장면. 난 이 장면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한국의 남자들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것도 같고, 이런게 봉준호의 진짜 유머감각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맥락에서 현서 고모에게 활을 쥐어준것도 재밌다. 식상한 미국 괴수영화와는 다르게 영화적으로 가장 현실적인 롤플레잉(?)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사실은 이거 판타지 영화다.

Sunday, June 17, 2007

두고와서 그리운 것.


바로 서점이다.

책을 좋아한다. 물론 여러 의미로.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요즘엔 거의 못 읽고 있고, 책이 진열되어 있는 모습을 보는것도 굉장히 좋아한다. 디자인 공부할적엔 북디자이너가 되고싶었다. 손에 닿는 종이의 촉감이나 다양한 서체를 구경하는것도 굉장히 좋다.

요즘 한국에선 동화바람이 부는 것 같은데, 내가 자주 가던 서점에 동화코너가 크게 있어서 추천하려고 한다. 전에 프로젝트중에 팝업(pop-up)을 사용해야하는 과제가 있어서 항상 가던 Waterstone's에 들렀다. 영국에선 가장 큰 서점 체인으로 알고있는데 미술/디자인 책만 따로 파는 지점이 코벤트가든에 있고, 내가 자주가던 1930년대 건물인 가장 큰 규모의 서점은 피카딜리 서커스에 있다.

유럽에서 가장 큰 서점이라고 하던데 한 6층정도가 다 책인것 같다. 일단 겉모습보다 내부가 더 예쁘게 꾸며져있고, 누구나 들어서면 '지식인'이 된 느낌을 받는다; 내 기억엔 3층인가 4층이 어린이 책 섹션인데, 정말 들어서는 순간 감동을 받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일단 중앙에는 서점에서 추천하는 책들이 놓여져있고, 대부분이 유럽이나 영미권의 일러스트레이트, 동화작가들이 그린 책이다. 그리고 그 옆에는 청소년을 위한 소설들이 놓여져 있다. 그리고 한쪽에 폭신한 의자들과 함께 앉아서 책을 보는 공간이 있다.

재미있는것은 어린이 섹션에 어른들이 더 많다는 것. 특히 나이가 지긋하신 노인들이나 중년층이 동화를 보러, 혹은 사러 온다는 것이다. 나에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영국에선 나이에 상관없이 동화책이 굉장히 인기였다. 그리고 친구랑 몇번 동화책을 보러다닌 후로는 나도 어린이 동화의 열렬한 팬이되어 지금은 어른용(?) 책보다 아이들을 위한 책을 더 많이 읽는다.

이 서점의 더 좋은점은 다양한 부대시설인데, 어린이 코너 바로 아래에서 맛난 과일주스를 파는 곳이 있는가 하면, 5층이었나 미술과 디자인 섹션을 쭉 둘러보고 맨 꼭대기층으로 가면 고급 레스토랑과 라운지/바가 있다. 낮에는 책을 읽으며 창밖의 풍경을 감상하고 같은 장소에서 밤에는 다른 문화생활을 하는 아이디어는 정말 뛰어나다.

그리고 가장 큰 점수를 줘야하는 이 서점만의 장점은 바로 깔끔한 화장실과 계단이다. 런던에서 쓰레기통과 함께 깔끔한 공공화장실 찾기가 얼마나 힘든지는 누구나 다 아는 사실. 건물안에는 블랙톤으로 꾸며진 화장실이 2-3층에 걸쳐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대신 오래된 건물의 계단을 한번 걸어보길 바란다. 요즘 계단과는 달리 아름다우며, 낮아서 편하고, 또 계단에 얽힌 역사를 읽어보는것도 재밌다.

이곳에 들리면 청소년/동화섹션에서 꼭 Mo Willems의 'Don't let the pigeon drive the bus'를 찾길 바란다. 너무 유쾌한 책이다. 그리고 원하는 책이 있는데 진열대에 없다면 주문도 해준다. 원하는 책의 ISBN 번호를 적어가면 된다. 직원들도 상당히 친절한 편이다.

워터스톤은 서점이 어떻게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자리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겠다. 훌륭하게 디자인된 공간이 쇼핑을 즐겁게 만드는 법이다. 런던엔 이처럼 한번 들어가면 나오기 싫어지는 서점들이 꽤 많이 있다.

위치: 런던 지하철 Piccadilly Line을 타고 Picadilly Circus역 3번출구로 나와 2분정도 걸으면 길 왼쪽에 있다. 걷다보면 Japan Centre가 먼저 보이는데 그 건물 바로 옆이다.

*image source:http://www.urbanpath.com/london/books/waterstones.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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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June 16, 2007

난 내가 사이보그인걸 살면서 알았는데...

다들 이 영화에대해 말이 많은데 난 울면서(?) 이 영화를 본 단 한명의 사람인 듯 하다.

난 이 영화를 보면서 내가 사이보그인걸 처음 알았다. 그리고 소수가 겪는 아픔에 이토록 따스한 시선을 보내는 박찬욱이 고맙기까지 했다. 그의 영화는 기본적으로 소품 영화다. 잘 차려진 밥상을 먹기만 하면 되는거라 굳이 반전을 찾을 필요는 없다. 눈이 너무 즐거웠고, 그리고 일순군의 마스크는 훔치고싶을 만큼 귀여웠다.(웹사이트가면 다운할 수 있다!)

사이보그가 느끼면 안되는 칠거지악에 너무 공감했고, 그리고 캐릭터에 깊이 몰입하다보니 병원에 있는 환자들을 제외한 모두가 훨씬 '비정상'으로 보였다. 감독도 '하얀맨'을 언급하는데, 하얀맨처럼 영화를 보면 안되고, 영군이의 시선으로 영화를 보면 정말 재미있다.

중간에 영군의 등을 열고 사랑을 집어넣는 일순의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게다가 요들송을 부르며 하늘을 나는 모습도 기발하고. 약간의 동심을 가지면 즐길 수 있는 부분이 많은 영화다. 그런 '유치한' 장면들을 많은 사람들이 즐기지 못한다는건 사실 조금 슬프다.

영화의 대사를 곱씹어보면, 감독이 얼마나 리듬감있게 단어를 썼는지 알 수 있다. 게다가 그만의 말장난도 웃기다. '훔치심'이라던가. 같은 문장을 순서만 바꿔서 반복하는 '사이보그는 밥 먹으면 안돼?', 요런거 말이다. 그러면서도 특유의 싸늘함을 잊지 않는다. 영화를 통털어서 가장 '미친' 영군이의 엄마는 너무나 잘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걸 보면서 난 또 한번 울컥했다.

내 생각에 영화가 흥행을 못한 이유는, 감독의 말마따나 아직 환타지와 실제가 공존하는 영화에 한국관객이 익숙치 않기 때문이고, 아니면 정말로 많은 사람에겐 썰렁한 영화일 수도 있어서이다. 박찬욱의 유명세덕에 아무도 이 영화를 가벼운 로맨틱 영화로 본 사람은 없는 것 같으니까 말야. 어쨌거나 나에겐 재미없는 금자씨나 가벼운 사랑영화보다 100배 감동적인 영화였다.

아, 근데 진짜 이 영화 아무생각 없이 웃으면서 보다가 울면서 나온 사람 나밖에 없는건가?;;

힐러리와 재키.

이 영화를 본 사람과도 만나서 이야기 나누고 싶다.

몇 년 전에 친구가 정말 좋은 영화라며 DVD를 빌려줬는데, 영화가 끝날 때 쯤 난 모니터를 부둥켜안고 울고 있었다. 슬퍼서 나오는 눈물이 아니라, 인간의 삶이 너무 허무해서 나오는 눈물이었다.

영국의 채널4에서는 좋은(혹은 가차없이 잔인하고 우울한) 영화들을 많이 만드는데 이 영화는 유명한 첼리스트인 잭클린 듀 프리에 관한 이야기다. 영화에선 에밀리 왓슨이 이 역할을 맡는데, 정말 위태로우면서도 에로틱한 분위기의 금발 첼리스트를 연기한다. 일단 이야기의 촛점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잭클린과 힐러리, 두 자매의 이야기에 맞춰지는데, 스토리의 강약을 이렇게 잘 조절하는 영화도 드물다. 그야말로 '드라마'다.

다른 배우들의 연기도 굉장하지만 그제서야 왜 친구가 항상 에밀리 왓슨를 외쳐대는지 알 것 같았다. 근데 솔직히 영화가 클라이맥스에서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충격적이어서, 사실 이 영화는 두 번 다시 보고싶지 않다.

리얼리티와 완벽한 연출, 그리고 보석같은 배우들이 등장하는 영화니까 무조건 추천.

Closer.

Cine21에서 cinewriter님의 포스팅을 읽다가 다시 이 영화가 떠오르고 말았다.

영국에 있을 때 좋아하는 배우들의 얼굴이 찍힌 포스터만 보고 덤빈 영화였는데 결과는 참담했다. 처음 봤을때는 뭐 이런 영화가 다 있냐며 화를냈고, 두번째 봤을때는 내용에 수긍할 수 밖에 없어서 화가났다. 물론 그 사이에 나의 애정관에 변화가 생겼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더 드라마같은 일이 일어난다. 몇 년 후에 대학로에서 연극 Closer를 함께 보게 된 남자와 난 이 영화의 스토리 고대로 비슷한 사랑에 빠지게 된다.(그땐 그렇게 믿었었다) 난 자칭 '앨리스'였고,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영화다.

영화를 여러번 보면 대사 하나하나의 날카로움에 찔린다. 게다가 주제곡인 Blower's Daughter의 마지막 가사, '...until I find someone'은 허를 찌르는 반전이다. 나에겐 영화의 절묘한 미국인-영국인 설정도 마음에 들었는데, 처음에 앨리스가 차에 치이는 이유가 '오른쪽을 보지 않아서'라고 아직도 굳건히 믿고있다.

영국에선 차들이 도로 왼쪽으로 다녀서 나도 몇 번 위험했던 적이 있다. 앨리스가 넘어진 도로엔 선명한 'Look Right'라는 글자가 박혀있고, 난 이걸 영국유머로 알아듣고 웃었는데 극장안은 조용했던 기억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