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June 16, 2007

난 내가 사이보그인걸 살면서 알았는데...

다들 이 영화에대해 말이 많은데 난 울면서(?) 이 영화를 본 단 한명의 사람인 듯 하다.

난 이 영화를 보면서 내가 사이보그인걸 처음 알았다. 그리고 소수가 겪는 아픔에 이토록 따스한 시선을 보내는 박찬욱이 고맙기까지 했다. 그의 영화는 기본적으로 소품 영화다. 잘 차려진 밥상을 먹기만 하면 되는거라 굳이 반전을 찾을 필요는 없다. 눈이 너무 즐거웠고, 그리고 일순군의 마스크는 훔치고싶을 만큼 귀여웠다.(웹사이트가면 다운할 수 있다!)

사이보그가 느끼면 안되는 칠거지악에 너무 공감했고, 그리고 캐릭터에 깊이 몰입하다보니 병원에 있는 환자들을 제외한 모두가 훨씬 '비정상'으로 보였다. 감독도 '하얀맨'을 언급하는데, 하얀맨처럼 영화를 보면 안되고, 영군이의 시선으로 영화를 보면 정말 재미있다.

중간에 영군의 등을 열고 사랑을 집어넣는 일순의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게다가 요들송을 부르며 하늘을 나는 모습도 기발하고. 약간의 동심을 가지면 즐길 수 있는 부분이 많은 영화다. 그런 '유치한' 장면들을 많은 사람들이 즐기지 못한다는건 사실 조금 슬프다.

영화의 대사를 곱씹어보면, 감독이 얼마나 리듬감있게 단어를 썼는지 알 수 있다. 게다가 그만의 말장난도 웃기다. '훔치심'이라던가. 같은 문장을 순서만 바꿔서 반복하는 '사이보그는 밥 먹으면 안돼?', 요런거 말이다. 그러면서도 특유의 싸늘함을 잊지 않는다. 영화를 통털어서 가장 '미친' 영군이의 엄마는 너무나 잘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걸 보면서 난 또 한번 울컥했다.

내 생각에 영화가 흥행을 못한 이유는, 감독의 말마따나 아직 환타지와 실제가 공존하는 영화에 한국관객이 익숙치 않기 때문이고, 아니면 정말로 많은 사람에겐 썰렁한 영화일 수도 있어서이다. 박찬욱의 유명세덕에 아무도 이 영화를 가벼운 로맨틱 영화로 본 사람은 없는 것 같으니까 말야. 어쨌거나 나에겐 재미없는 금자씨나 가벼운 사랑영화보다 100배 감동적인 영화였다.

아, 근데 진짜 이 영화 아무생각 없이 웃으면서 보다가 울면서 나온 사람 나밖에 없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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