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June 17, 2007

두고와서 그리운 것.


바로 서점이다.

책을 좋아한다. 물론 여러 의미로.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요즘엔 거의 못 읽고 있고, 책이 진열되어 있는 모습을 보는것도 굉장히 좋아한다. 디자인 공부할적엔 북디자이너가 되고싶었다. 손에 닿는 종이의 촉감이나 다양한 서체를 구경하는것도 굉장히 좋다.

요즘 한국에선 동화바람이 부는 것 같은데, 내가 자주 가던 서점에 동화코너가 크게 있어서 추천하려고 한다. 전에 프로젝트중에 팝업(pop-up)을 사용해야하는 과제가 있어서 항상 가던 Waterstone's에 들렀다. 영국에선 가장 큰 서점 체인으로 알고있는데 미술/디자인 책만 따로 파는 지점이 코벤트가든에 있고, 내가 자주가던 1930년대 건물인 가장 큰 규모의 서점은 피카딜리 서커스에 있다.

유럽에서 가장 큰 서점이라고 하던데 한 6층정도가 다 책인것 같다. 일단 겉모습보다 내부가 더 예쁘게 꾸며져있고, 누구나 들어서면 '지식인'이 된 느낌을 받는다; 내 기억엔 3층인가 4층이 어린이 책 섹션인데, 정말 들어서는 순간 감동을 받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일단 중앙에는 서점에서 추천하는 책들이 놓여져있고, 대부분이 유럽이나 영미권의 일러스트레이트, 동화작가들이 그린 책이다. 그리고 그 옆에는 청소년을 위한 소설들이 놓여져 있다. 그리고 한쪽에 폭신한 의자들과 함께 앉아서 책을 보는 공간이 있다.

재미있는것은 어린이 섹션에 어른들이 더 많다는 것. 특히 나이가 지긋하신 노인들이나 중년층이 동화를 보러, 혹은 사러 온다는 것이다. 나에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영국에선 나이에 상관없이 동화책이 굉장히 인기였다. 그리고 친구랑 몇번 동화책을 보러다닌 후로는 나도 어린이 동화의 열렬한 팬이되어 지금은 어른용(?) 책보다 아이들을 위한 책을 더 많이 읽는다.

이 서점의 더 좋은점은 다양한 부대시설인데, 어린이 코너 바로 아래에서 맛난 과일주스를 파는 곳이 있는가 하면, 5층이었나 미술과 디자인 섹션을 쭉 둘러보고 맨 꼭대기층으로 가면 고급 레스토랑과 라운지/바가 있다. 낮에는 책을 읽으며 창밖의 풍경을 감상하고 같은 장소에서 밤에는 다른 문화생활을 하는 아이디어는 정말 뛰어나다.

그리고 가장 큰 점수를 줘야하는 이 서점만의 장점은 바로 깔끔한 화장실과 계단이다. 런던에서 쓰레기통과 함께 깔끔한 공공화장실 찾기가 얼마나 힘든지는 누구나 다 아는 사실. 건물안에는 블랙톤으로 꾸며진 화장실이 2-3층에 걸쳐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대신 오래된 건물의 계단을 한번 걸어보길 바란다. 요즘 계단과는 달리 아름다우며, 낮아서 편하고, 또 계단에 얽힌 역사를 읽어보는것도 재밌다.

이곳에 들리면 청소년/동화섹션에서 꼭 Mo Willems의 'Don't let the pigeon drive the bus'를 찾길 바란다. 너무 유쾌한 책이다. 그리고 원하는 책이 있는데 진열대에 없다면 주문도 해준다. 원하는 책의 ISBN 번호를 적어가면 된다. 직원들도 상당히 친절한 편이다.

워터스톤은 서점이 어떻게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자리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겠다. 훌륭하게 디자인된 공간이 쇼핑을 즐겁게 만드는 법이다. 런던엔 이처럼 한번 들어가면 나오기 싫어지는 서점들이 꽤 많이 있다.

위치: 런던 지하철 Piccadilly Line을 타고 Picadilly Circus역 3번출구로 나와 2분정도 걸으면 길 왼쪽에 있다. 걷다보면 Japan Centre가 먼저 보이는데 그 건물 바로 옆이다.

*image source:http://www.urbanpath.com/london/books/waterstones.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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